
OVAL
It’s round but slightly different
— more like an oval (1)
손에 연필을 쥐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 타원형, 별모양 등 연속적으로 그리는 습관이 있다.
단순히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모양 그 자체에는 묘한 매력이있다.
그중에서도 타원형이 나는 가장 좋다.
완벽한 원처럼 보이려 애쓰지 않고 두 개의 초점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곡선과
그 안에 담긴 균형미는 오히려 더 특별하다. 나의 삶도 어쩌면 타원과 닮아 있다.
완전하지 않지만, 두 초점 사이에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나의 여정이기에.
어릴 적부터 나는 세상이 주는 다양한 즐거움을 좋아했다.
어머니가 차려 주신 따뜻한 한 끼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새 옷을 입었을 때의 설렘,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의 안락함.
그렇게 일상 속 작은 기쁨들은 어린 나에게 세상을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나를 사로잡은 것은 화면 속 세상이었다.
드라마와 영화, 광고와 다큐멘터리.
화면은 늘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으로 나를 데려갔다.
어떤 날에는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을 걷고 있었고,
또 어떤 날에는 유럽의 낯선 가정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일상을 함께 바라보았다.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나는 점점 깨닫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구나.'
그때부터 나는
이야기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자연스럽게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길로 이어졌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와
그것을 가장 아름답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배울수록
또 다른 질문 하나가 마음속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 겉모습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캠퍼스를 걷다가 한 장면을 마주했다.
뷰티를 공부하는 학생 한 명이 커다란 마네킹을 들고 지나가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풍경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아름다움을 배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질문은
내 발걸음을
뷰티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씩 알아갈수록
그것은 사람을 더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존재를 존중하고 표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아름다움은 더 이상 외형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며,
누군가의 존재를 귀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은 언제나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을 배우던 내가 아름다움을
고민하게 되었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내가
사람 자체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완벽한 원처럼
계획된 길은 아니었다.
조금은 빗겨 있었고,
조금은 낯설었으며,
조금은 불완전해 보였다.
하지만 그 작은 빗겨감이, 훗날
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첫 번째 곡선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