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AL
It’s round but slightly different
— more like an oval (3)
씨앗은 자신이 어디에 떨어질지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씨를 뿌리는 이는,
언제 어디에 심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돌이켜보면 내 삶도 그와 같았다.
나는 다른 미래를 그리고 있었지만,
삶은 나를 예상하지 못한 땅으로 이끌었다.
그곳은 베트남이었다.
낯선 언어와 문화, 익숙한 것 하나 없는 또다른 새로운 환경.
처음에는 모든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한 매거진에서 기자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 일은 단순히 글을 쓰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한 뒤,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이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켜 내고 있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삶처럼 보였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면 모두 저마다의 기쁨과 두려움,
그리고 말하지 못한 시간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을 만나며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을.
기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질문보다 듣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삶은 언제나 답보다 이야기를 먼저 건네주었다.
한편으로는 뷰티에 대한 관심도 계속 이어졌다.
기자로 활동하며 뷰티 칼럼을 연재할 기회를 얻었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아름다움을 고민하는지,
그 질문을 품은 채
주말이면 시장을 찾았고, 새로운 제품을 직접 살펴보며 기록했다.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고, 디자인을 공부하며
조금이라도 더 쉽게,
조금이라도 더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나의 글을 완성할 때마다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마음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갈증이 남아 있었다.
더 잘 쓰고 싶었고,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한 독자는 내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언젠가 함께 식사하고 싶다는 따뜻한 편지를 보내왔다.
짧은 메일이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오래도록 그 문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를 향한 진심은,
생각보다 멀리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마음속에 작은 질문 하나가 다시 피어올랐다.
'언젠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깊이 전하는 나만의 길을 걸어 보고 싶다.'
그 생각은 아직 이름도, 모양도 없었다.
원처럼 완성된 꿈도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작은 마음 하나가,
훗날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꾸는 시작이 되었다.
조금은 빗겨 있었기에,
조금은 돌아왔기에,
비로소 나는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